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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EX 2025 다녀온 후기 – 스포츠, 기술, 그리고 팬심이 만난 진짜 박람회

by 서진(瑞鎭) 2025. 4. 3.

2025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SPOEX 2025). 원래 박람회 같은 데엔 큰 흥미가 없던 내가 이 행사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순전히 친구의 추천 때문이었다. 헬스나 스포츠에 관심 많던 친구는 “여기 진짜 별거 다 있고, 선수도 온다더라”는 말로 날 꼬셨고, 결국 우린 토요일 오전부터 코엑스로 향했다.

행사장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국내외 300개가 넘는 기업들이 1,700개 넘는 부스를 운영한다더니, 진짜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그냥 용품이나 신제품 전시하는 줄 알았는데, 그보다 훨씬 더 ‘볼거리’와 ‘할 거리’가 풍성했다. 특히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세 가지 — K-프로 스포츠 특별기획관, 스포츠 기술 전시관(SPO-TECH), 그리고 선수들과의 현장 이벤트 — 를 중심으로 이 후기를 풀어보려 한다.

선수들이 직접 알려주는 스포츠 강습? 이건 못 참지

박람회장 한쪽에 ‘K-프로스포츠 특별기획관’이라는 팻말이 크게 걸려 있었다. 처음엔 그냥 스포츠 용품 전시인가 싶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분위기가 남달랐다. 뭔가 진지한 자세로 야구 폼을 점검받는 사람, 농구 드리블을 따라 하는 아이들, 골프 퍼팅을 배우는 관람객들… 알고 보니 이건 단순 전시가 아니라 전·현직 프로 선수들이 직접 참여하는 실전 강습 프로그램이었다.

내가 갔을 땐 야구 선수 정근우, 축구 해설가로도 유명한 조원희가 현장에 있었고, 농구 쪽엔 유희관도 함께했다. 다들 생각보다 훨씬 친절하게 설명해줬고, 질문도 막 던져도 친근하게 받아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도, 혼자 온 20~30대 팬들도 이곳에 오래 머물렀고, 나 역시 줄 서서 야구 스윙 폼을 한 번 교정받았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선수와 소통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게 바로 미래 스포츠 – 기술이 이렇게 진화했다고?

스포츠 기술 특별관(SPO-TECH)은 말 그대로 미래를 미리 보는 느낌이었다. 헬스 클럽에서 쓰일 법한 장비부터, 피트니스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신제품들까지 다양했는데,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AI 기반 근골격 분석 시스템이었다. 요즘 AI란 단어야 워낙 흔하지만, 이 기술은 조금 달랐다.

기계 앞에 서서 스쿼트를 몇 번 하자, 내 자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화면에 표시해줬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주는 피드백도 제공됐다. 이름이 ‘엑스바디’였던 것 같은데, 요즘 필라테스나 피트니스 센터에서 많이 쓴다더라. 이건 말 그대로 트레이너가 없는 헬스장에서도 나를 트레이닝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또 하나 신기했던 건 스마트 스포츠 안경 기술(RX필름). 알리바이라는 브랜드에서 소개했는데, 렌즈를 교체하지 않고도 도수 넣은 선글라스를 착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설명이었다. 야외 스포츠를 자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실용적인 제품일 듯했다. 이 외에도 전기 자전거, 가상 양궁, 자외선 차단 기능이 들어간 스포츠웨어 등도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선 ‘운동’이란 게 단지 몸만 쓰는 게 아니라, 기술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팬심 폭발! 진짜로 선수와 당구 시합을 해봤다

솔직히 박람회장에서 당구를 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LPBA 선수를 이겨라’라는 이름의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고, 평소 당구 좀 친다는 자부심에 무작정 줄을 섰다. 참여 방식은 간단했다. 5점을 먼저 내는 사람이 이기는 짧은 게임, 상대는 바로 프로 선수 정수빈.

결과는? 물론 졌다. 하지만 진심으로 뿌듯했다. 내가 LPBA 선수를 상대로 큐를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경기 끝나고는 선수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었다. 이런 경험은 웬만한 팬미팅에서도 하기 힘들다. 옆에선 김진아 선수도 관람객들과 게임을 하고 있었고, 경기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외에도 보디빌더 김준호의 운동 기구 강습, 스포츠토토의 야구 구속 측정 이벤트, KBO 우승팀 예측 이벤트 등 재미있는 코너들이 꽤 많았다. 단순히 구경만 하는 박람회가 아니라, 몸으로 참여하고 기억에 남을 경험을 만드는 자리였다.

마무리하며 – 이건 박람회가 아니라 스포츠 축제였다

솔직히 처음엔 큰 기대 없이 간 행사였지만, SPOEX 2025는 내 예상보다 훨씬 크고 깊은 울림을 줬다. 스포츠 산업의 변화, 기술의 융합, 그리고 팬과 선수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좁혀주는 경험까지. 이곳에서 ‘스포츠는 경험이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됐다.

누군가 “SPOEX는 어떤 행사야?”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 같다.
"그건 운동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 할, 스포츠의 모든 걸 직접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축제야."

내년에도 열린다면 아마 이번엔 친구가 아니라 내가 다른 누군가를 끌고 갈 것 같다. 이 특별한 체험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