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에 다녀왔다. 스마트공장은 단순한 자동화 시스템이 아니라, 이제 스스로 ‘판단하고 작동하는 공장’이라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이번 전시는 “자동화에서 자율화로”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AI 기반 자율제조 기술, 혁신적인 로봇 설루션, 그리고 기존 자동화와 스마트팩토리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기술들이 쏟아져 나왔다. 세계 22개국 500개 기업이 2,200 부스를 차지한 현장은 그야말로 '미래의 공장'이 현실화된 느낌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기술들을 중심으로 후기를 정리해 본다.
AI 기반 자율제조 기술 – 공장이 생각하고 움직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주제는 명확했다. AI가 공장을 움직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오토에버의 ‘NeoFactory’는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의 개념을 실현한 대표적인 기술이었다. 이 설루션은 AI가 생산 데이터, 공정 흐름, 설비 상태를 실시간 분석하여 자동으로 최적의 경로를 설계하고 제품 생산을 제어한다. 예를 들어, 불량률이 높아지는 공정이 발견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다른 설비로 생산을 전환하거나, 유지보수가 필요한 장비를 사전에 진단하고 대처하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접목된 AI 플랫폼은 현실의 공장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해 공정 시뮬레이션과 설계 테스트를 가능하게 했다. 유비씨(UBC)의 ‘옥토퍼스(OCTOPUS)’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가상 공정 시뮬레이션을 통해 에너지 소모량, 자재 흐름, 공정 속도를 예측하고 최적화하는 기능은 단순 자동화가 아닌 진정한 자율 공장으로 가는 여정을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AI 머신 비전 기술도 눈길을 끌었다. AI가 실시간으로 제품을 스캔하고 결함을 감지하는 시스템은 기존 육안 검사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공장이 단순히 명령을 받는 공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생각하는 공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걸 이번 전시를 통해 체감했다.
로봇 자동화 – Stretch와 OTTO 100, 진짜 일하는 로봇을 만나다
이번 전시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건 Boston Dynamics의 물류 로봇 ‘Stretch’였다. 상자를 껴안고 움직이며, 빠르고 정확하게 쌓아 올리는 모습은 단순 시연이라기보다 실제 물류 현장을 보는 듯했다. 23kg에 달하는 상자를 한 번에 처리하며, 디팔레타이징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이 로봇은 DHL, Otto Group 등의 글로벌 물류 기업이 도입한 실전형 기술이다. 특히, Multipick 기능을 통해 여러 박스를 한 번에 처리하는 모습은 생산성과 효율성의 차원이 다름을 보여줬다.
또 다른 인기 전시는 Rockwell Automation의 OTTO 100 자율주행 로봇이었다. 공장 내 물류 자동화를 위한 소형 AMR(Autonomous Mobile Robot) 제품으로, 최대 150kg 적재, 6시간 연속 운행이 가능한 이 로봇은 특히 좁은 공간에서도 정확하게 회전하고 이동하는 능력을 갖췄다. 리프터가 기본 장착돼 있어 기존 시스템과의 통합도 쉬웠으며, 지게차 충돌도 견디는 내구성 덕분에 실제 제조 현장에서도 바로 투입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들 로봇은 단순히 이동하거나 반복 작업을 하는 것을 넘어서, AI 기반 경로 판단, 3D 센서와 LIDAR를 통한 공간 인식, 실시간 피드백 처리 등 고도화된 기술이 집약된 결과물이었다. 이제 로봇은 ‘보여주기용’이 아닌 ‘진짜 일하는 직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스마트팩토리 vs 기존 자동화 – 무엇이 다를까?
전시를 둘러보며 가장 큰 의문은 ‘스마트팩토리와 기존 공장 자동화는 뭐가 다를까?’였다. 전시장 곳곳에서 그 해답이 나왔다. 기존 자동화가 개별 공정 단위에서 일부 수동 작업을 줄이는 방식이었다면, 스마트팩토리는 공정 전체를 연결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최적화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기존 자동화 공장에서는 설비가 멈추면 사람이 원인을 분석하고 수리했다. 하지만 스마트팩토리에서는 AI가 사전에 설비 상태를 분석해 고장을 예측하고, 예비 설비를 준비하거나 공정을 변경하는 식이다. 이로써 공장 중단 없이 생산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스마트팩토리는 제품의 품질 검사도 AI 머신 비전이 담당한다. 기존처럼 샘플링이나 육안으로 확인하는 게 아니라, 전수 검사 및 실시간 품질 예측이 가능해진다. 그 결과는 불량률 감소, 에너지 효율 향상, 다품종 소량 생산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스마트팩토리는 또한 디지털 트윈과 연계해, 현실 공장을 가상으로 복제하고, 미래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생산 계획과 대응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존 자동화 시스템과 큰 차이를 보였다.
결론 – 미래 제조업은 자율성에 달렸다
2025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은 단순히 자동화된 공정을 전시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공정의 판단력을 시스템이 갖추는 ‘자율 제조’의 현실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AI 기반 설루션, 자율주행 로봇, 디지털 트윈, 머신 비전 기술은 단순히 공장을 빠르게 움직이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고 유연한 제조 환경을 만드는 핵심 요소였다.
이번 전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스마트팩토리처럼 느껴졌다. 기업, 기술, 공정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공장이라는 공간이 물리적 제약을 넘어 디지털과 융합되는 현장을 직접 보는 경험이었다.
앞으로의 제조업은 더 이상 사람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기계가 스스로 배우고, 판단하며, 함께 일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나는 이 전시에서 그 시작을 분명히 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