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부터 7일까지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5 대구국제섬유박람회(PID)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흥미로운 자리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산업 전시회겠거니 하고 갔지만, 현장에서 본 섬유는 더 이상 과거의 직물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특히 지속 가능한 친환경 섬유, 섬유와 디지털의 융합, PID-Tech와 PID-Digital이 보여준 섬유산업의 새로운 방향성에서는 내가 알고 있던 섬유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어뜨리는 신기술들이 전시돼 있었다. 또한 부대행사인 패션쇼에서는 직물과 감성이 만나는 순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놀라운 변화의 현장을 직접 걷는 느낌은 마치 박람회장을 넘어, 시간의 미래로 발을 들여놓은 듯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전시장을 걸으며 진심으로 느꼈다. '섬유산업은 여전히 살아 있고, 단단히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1. 지속가능한 친환경 섬유, 윤리적 가치가 기술로 구현되다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많이 마주친 단어 중 하나는 ‘지속가능성’이었다. 그 의미는 단지 소재를 재활용하거나 생분해된다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전시장에는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리사이클 원사, 생분해 가능한 PLA 섬유, 옥수수 전분 유래의 바이오 원단 등 정말 다양한 친환경 소재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실제로 만져봤을 때 질감이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고 실용적이었다. 한 기업 부스에서는 의류 제작 공정의 탄소 배출량까지 실시간으로 측정해 주는 시스템까지 소개하고 있었는데, 단순히 소재가 환경에 좋다는 수준이 아닌 ‘얼마나 덜 해로운지’까지 수치화해서 보여주는 모습에 놀랐다. 소비자들은 이제 브랜드가 윤리적인 생산 과정을 갖췄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업은 그에 따라 변화하고 있었다. 또 다른 부스에서는 해조류에서 추출한 원사로 만든 의류를 선보였는데, 항균성, 통기성, UV 차단까지 갖춰져 있어 기능적으로도 훌륭했다. 이처럼 친환경 섬유는 이제 감성적 가치뿐 아니라 실용적, 상업적 가치까지 갖춘 영역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PID가 이를 얼마나 심도 깊게 다루고 있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나니, 친환경이 ‘트렌드’가 아닌 ‘기준’이 되어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2. 섬유와 디지털의 융합, PID-Tech와 PID-Digital이 보여준 섬유산업의 새로운 방향성
이번 PID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공간이 바로 PID-Tech와 PID-Digital 섹션이었다. 여기는 기존의 원단이나 직물을 넘어서 섬유가 기술을 입고 어떻게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였다. 먼저 눈에 띈 건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팅 기술이었다. 예전에는 복잡한 패턴을 원단에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고해상도 프린터로 단 몇 분 만에 섬세한 디자인을 직물 위에 입힐 수 있다. 무엇보다 AI 기반 디자인 솔루션은 정말 놀라웠다. 사용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선호할 만한 텍스타일 패턴을 자동 생성해 주는 기능이었는데, 실제로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업무 효율이 몇 배는 향상될 것 같았다. 또 한 부스에서는 스마트 텍스타일 기술을 선보였는데, 체온에 따라 색이 변하거나 자외선 농도에 따라 UV 차단 기능이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기능성 원단도 있었다. 이러한 기술은 스포츠웨어, 의료 섬유, 군사용 웨어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었고, 이미 몇몇 업체는 시제품 제작을 넘어 계약 협의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섬유가 더 이상 '입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기능을 수행하는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이곳에서 확실히 실감했다.
3. 패션쇼, 직물과 감성이 만나는 순간 – 직물과 패션의 만남전 현장 이야기
전시 둘째 날 오후, ‘직물과 패션의 만남전’이라는 이름의 패션쇼가 열렸다. 이 쇼는 단순히 옷을 보여주는 자리가 아니라, 대구 지역 섬유기업과 패션 디자이너들이 협업한 결과물들을 런웨이 위에 선보이는 행사였다. 처음엔 솔직히 ‘직물 기반 패션쇼’라고 해서 그저 원단이 강조된 단순한 옷들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의상들은 혁신 소재를 사용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적으로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계명대학교 텍스타일디자인과 학생들이 참여해 개발한 니트 제품들은 젊은 감성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잘 드러나 있었고, 실제로 패션쇼가 끝난 후 바이어들이 해당 부스에 줄을 서 상담을 하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었다. 쇼의 후반부에는 해조류 유래 원단을 사용한 드레스가 등장했는데, 환경을 생각한 섬유로도 이렇게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구나 싶어 박수가 절로 나왔다. 이처럼 PID는 섬유와 패션, 그리고 예술과 산업이 자연스럽게 맞물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아주 인상적으로 보여줬다.
결론 – PID는 산업의 경계와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플랫폼이었다
이번 2025 대구국제섬유박람회를 다녀오며 느낀 건, 섬유는 이제 ‘기초 산업’이라는 말로 설명하기엔 너무나도 역동적인 분야라는 사실이었다. 단지 원단을 파는 곳이 아닌, 기술이 흐르고 감성이 담기며, 가치 있는 삶의 형태를 제안하는 산업. 친환경은 철학이 되었고, 디지털 기술은 일상이 되었으며, 협업과 융합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다. PID는 그 모든 흐름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부딪히고 섞이며 성장해 가는 플랫폼이었고, 그 속에서 나 역시 산업의 변화를 한눈에 목격한 관찰자가 된 기분이었다. 단순히 ‘보는’ 전시가 아니라, ‘배우고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박람회. 앞으로도 PID는 계속해서 이 산업의 길을 밝히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