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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해외교류전 – 와엘 샤키의 세계를 만나다

by 서진(瑞鎭) 2025. 3. 22.

2024 해외교류전- 와엘 샤키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2024 해외교류전 – 와엘 샤키(Wael Shawky) 전시는 그냥 미술 전시가 아니라, 역사와 신화, 사회적 현실이 복합적으로 얽힌 그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다. 이번 전시는 이집트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와엘 샤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그가 이룩한 내러티브 속에서 현실과 허구가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탐색하는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전시장을 거닐며 나는 ‘역사와 신화, 허구와 현실이 만나는 공간’, ‘사회를 비추는 거울, 와엘 샤키의 영상 작업’,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서사적 조형 언어’라는 세 가지 흐름을 중심으로 작품을 감상했다. 각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이미지가 아니라, 역사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와엘 샤키의 작품은 단순한 미적 경험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정치와 문화, 종교적 요소를 혼합하며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했다. 전시장을 나서면서도 그의 작품들이 남긴 깊은 여운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1. 역사와 신화, 허구와 현실이 만나는 공간 – 와엘 샤키의 서사적 접근법

와엘 샤키의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큰 특징은 역사와 신화적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그는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역사적 기록을 비틀고 변형하여 오늘날의 사회적 문제들과 연결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중 하나는 ‘Cabaret Crusades’(카바레 십자군) 시리즈였다. 이 작품은 십자군 전쟁을 서구의 시선이 아닌 중동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애니메이션 작업으로, 마리오네트 인형을 활용하여 만들어졌다. 보통 서구 중심의 시각에서 기술되는 십자군 전쟁의 서사를 피해자의 입장에서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이 작품은 기존의 역사적 관점을 비틀며,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그가 창조한 공간과 장면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며, 단순한 역사적 재현이 아니라 오늘날의 정치적, 문화적 갈등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역할을 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신화는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강력한 도구로 작용하며,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와엘 샤키는 이러한 방식으로 예술을 통해 역사적 사실과 신화적 요소를 결합하고, 이를 동시대적 문제와 연결하는 독창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우리는 익숙한 과거를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2. 사회를 비추는 거울, 와엘 샤키의 영상 작업 – 현실을 환상적으로 재구성하다

와엘 샤키의 작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영상 작품을 통해 사회적 현실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그는 애니메이션, 퍼포먼스, 다큐멘터리적 기법을 혼합하여 현대 사회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영상 작품을 제작해 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 ‘Al Araba Al Madfuna’(알 아라바 알 마드푸나) 시리즈는 현실과 신화를 오가며 과거와 현재의 중첩된 의미를 탐구하는 대표적인 작품이었다. 흑백 필름으로 촬영된 이 작품은 고대 이집트 신화와 현대 이집트 사회의 모습을 교차시키며,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진실’이라는 개념을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들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전통적인 이집트 복장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현대 이집트의 정치적, 경제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었다. 이러한 설정은 시간적 경계를 허물고, 역사적 반복과 사회적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강력한 장치였다.

샤키의 영상 작업은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 관람자가 직접 사회적 문제를 마주하고, 스스로 해석하며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그는 예술을 통해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현실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하고 환상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3.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서사적 조형 언어 – 다양한 매체를 통한 예술 실험

와엘 샤키의 작업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창조한다는 점이다. 그의 작업은 회화, 조각, 영상,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식을 넘나들며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서사적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와 조각 작품도 함께 전시되었으며, 이를 통해 샤키의 조형 언어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전통적인 아랍 문양과 현대적인 패턴을 결합한 그의 회화 작품은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혼합된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주었다.

또한, 그의 조각 작업에서는 이집트 전통문화에서 차용한 형태와 현대적인 재료가 결합되면서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했다. 이러한 작품들은 단순히 조형미를 넘어, 역사적 서사를 담아내는 또 하나의 매체로 기능하며, 샤키의 작업이 얼마나 다층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그는 이러한 실험적인 방식으로 기존의 조형적 관습을 해체하고, 전통적인 형식과 현대적 감각을 접목하여 동시대적 감각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결론 – 와엘 샤키의 예술, 우리 시대를 비추는 또 하나의 거울

전시장을 나서며 나는 와엘 샤키의 작품이 단순히 미적인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역사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깊이 실감했다.

  • 그의 작업은 역사와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익숙한 과거를 낯설게 만드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 영상 매체를 활용한 작품들은 현실을 환상적으로 재구성하며, 사회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조형 언어를 통해, 그는 기존의 미술 형식을 새롭게 해석하고 확장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미술 전시가 아니라, 예술이 역사와 사회를 탐구하는 하나의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회였다. 와엘 샤키의 작품이 던지는 질문들은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우리의 사고 속에서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