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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물기술의 현장, 2025국제물산업박람회 다녀오다

by 서진(瑞鎭) 2025. 3. 26.

2025국제물산업박람회

3월의 바람이 다소 쌀쌀했던 날, 나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국제물산업박람회(WATER KOREA)를 찾았다. 이전까지는 ‘물 산업’이라는 단어가 막연하게만 느껴졌지만, 이번 박람회를 통해 물이 단순한 자원이 아닌 기술과 산업, 그리고 미래를 잇는 핵심 키워드라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585개의 부스가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고, 각 부스마다 기술의 진보가 실감 나는 전시물과 설명이 이어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스마트 도시침수 계측 기술과 디지털 하수도 시스템’, ‘AI와 융합된 스마트 수처리와 수질 모니터링 기술’, 그리고 ‘K-water의 3대 초격차 기술’이었다. 이 세 가지는 물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키워드였고, 내가 이 박람회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전시 내용이었다. 각각의 기술은 단지 하나의 기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도시, 환경,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스마트 도시침수 계측 기술과 디지털 하수도 시스템, 도시의 안전을 디자인하다

도시에서 살아가다 보면 가뭄보다도 더 무섭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폭우와 침수다. 전시장에서 처음 본 ‘스마트 도시침수 계측 기술’은 기후 변화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임을 실감하게 해 줬다. 이 기술은 단순한 센서 수준이 아니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되어 침수 가능 지역의 수위와 강수량, 배수 상태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침수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는 시스템이었다.

이 기술이 실제 도시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모형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하수도 시스템에 이 기술이 도입된다면, 우리가 뉴스에서 보던 도심 침수 참사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같은 공간에 전시된 ‘디지털 하수도 시스템’ 역시 놀라웠다. 예전의 하수도는 단순히 물을 흐르게 만드는 물리적 구조물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하수의 흐름, 오염 수준, 이상 감지 등 모든 것이 디지털 트윈과 연동된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모습은 인상 깊었다. 관람 중 “이제 하수도도 IT 기술과 융합되는 시대”라는 설명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기술의 확장성과 도시 기반 인프라의 변화를 실감했다.

AI와 융합된 스마트 수처리와 수질 모니터링 기술, 물을 읽고 예측하는 시대

두 번째로 눈을 사로잡은 공간은 바로 스마트 수처리 시스템과 AI 기반 수질 모니터링 기술이었다. 이 섹션에서는 단순히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물의 상태를 파악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기술들이 소개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AI가 수질 데이터를 학습하여 오염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고, 그에 맞는 정화 작업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이었다. 예전 같으면 수일이 걸릴 수 있는 대응이 이 기술을 통해 수분 내로 이뤄질 수 있다고 하니, 참관객들 사이에서도 감탄이 이어졌다.

특히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마련된 미니 수처리 체험존에서는 AI가 물의 상태를 실시간 분석하는 모습이 시각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기술에 대한 이해가 훨씬 쉬웠다.

이외에도 친환경 정수 기술을 도입한 부스들도 많았는데, 화학 약품 사용을 줄이고, 자연 여과 시스템과 바이오 필터를 접목한 방식들이 소개되어 지속 가능한 물 관리의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전시장에서는 이 기술들이 단지 환경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영비 절감과 물 관리 효율성까지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바이어들의 이목을 끌고 있었다. ‘물도 이제 읽고 예측하는 시대’라는 설명이 뇌리에 남았다.

K-water의 3대 초격차 기술, 글로벌 물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다

박람회에서 가장 중심적인 공간 중 하나는 바로 한국수자원공사(K-water) 부스였다. 이곳에서는 단순한 기술 전시가 아닌, 글로벌 물 기업 도약을 위한 비전과 전략이 함께 소개되었다. 특히 ‘디지털트윈 물관리 플랫폼’, ‘AI 정수장’, ‘스마트 관망관리(SWNM)’이라는 3대 초격차 기술이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먼저 디지털트윈 물관리 플랫폼(Digital GARAM+)은 가상의 공간에 실제 물 인프라를 복제해 놓고, 홍수, 가뭄, 수질 문제를 예측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기존의 수작업 기반 시스템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법이었다.

AI 정수장도 인상 깊었다. 단순히 자동화 수준이 아니라, AI가 정수장 운영을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에너지를 최적화하며, 설비 고장을 예측하는 기술이었다. AI와 디지털트윈을 통합해 정수장을 운영한다는 개념 자체가 미래지향적이었다.

또 하나, 스마트 관망관리 시스템은 IoT 센서를 통해 수돗물 공급망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누수나 수질 이상이 감지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water-NET이라는 통합 시스템을 통해 관망 진단과 운영이 하나로 연결되는 구조였고, 실제 수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부스에 설치되어 있었다.

K-water는 이 기술들을 기반으로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지로 수출을 확대 중이며, 2035년까지 해외 매출 50%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단순히 기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전략과 실행력까지 체감할 수 있는 부스였다.

결론 – 물은 기술이고, 물은 미래였다

2025 국제물산업박람회는 단순한 산업 전시가 아니었다. 그곳은 도시와 환경, 기후와 기술, 그리고 사람과 미래가 만나는 종합 플랫폼이었다. 스마트 도시침수 기술과 디지털 하수도 시스템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안전을 재정의했고, AI 수처리와 수질 모니터링 기술은 물이 단순히 마시는 것을 넘어 지속 가능성의 상징임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K-water의 기술과 비전은 한국이 물 산업의 세계적 중심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전시장을 나서는 길에,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물을 사용하며 살지만, 앞으로는 기술을 통해 물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