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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으로 들어간 하루 (2025 그림책이 참 좋아, 미디어아트, 가족체험)

by 서진(瑞鎭) 2025. 3. 29.

그림책이 참 좋아 전시회

2025년 2월 어느 따뜻한 주말 오후, 나는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5 그림책이 참 좋아’ 전시에 다녀왔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관람객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솔직히 그림책 전시가 얼마나 감동적일 수 있을까 하는 반신반의한 마음도 있었다. 그런데 전시장에 발을 들이자마자 생각이 바뀌었다. 그림책은 단순한 어린이용 콘텐츠가 아니었다. 그림과 글, 미디어 아트, 입체 전시, 체험 공간이 어우러져 나조차도 잊고 있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했다. 특히, 국내외 대표 작가들의 작품, 아이부터 어른까지 몰입 가능한 체험형 콘텐츠, 그리고 가족들이 함께 웃고 감동받을 수 있는 순간들은 단지 ‘전시’를 넘어선 경험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전시장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작가와 작품, 체험형 콘텐츠와 미디어 아트, 그리고 가족 관람 포인트를 중심으로 그 특별한 하루를 기록해보려 한다.

작가와 작품 – 그림책의 예술성을 다시 보다

전시의 첫인상은 '예쁘다'였다. 하지만 전시장을 깊이 들어가며 하나하나 작품을 살펴보는 순간, 예쁨을 넘는 진심이 느껴졌다. 김영진 작가의 그림은 섬세하고 사랑스러웠고, 특히 <엄마를 구출하라>는 작품은 현실적인 가족의 감정을 따뜻하게 담아내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전시장 내 설치된 3면 스크린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 그림책이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는 것도 무척 인상 깊었다.

유지우 작가의 <구름 공장>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하늘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마치 날씨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표현했다. 그 그림 앞에 서면 잠시 현실을 잊고 하늘의 기계를 상상하게 된다.

해외 작가 중에서는 구도 노리코의 <우당탕탕 야옹이> 시리즈가 단연 인기를 끌었다. 유쾌하고 명랑한 고양이 캐릭터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모험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의 입가에도 미소를 머금게 했다. 전시장을 나오며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그림책이 아니라 예술이네요.”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체험형 콘텐츠와 미디어 아트 – 감상에서 경험으로

전시의 백미는 단연 체험형 콘텐츠와 미디어 아트였다. 초입에 설치된 8m 높이의 입체 미디어 조형물은 마치 그림책 세계의 입구처럼 느껴졌다. 색감과 움직임이 생생하고 압도적인 그 구조물 앞에서 나는 잠시 아이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콘텐츠는 ‘몰입형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림책 속 장면이 거대한 스크린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펼쳐졌고, 자동차 모형을 타고 이동하면서 감상할 수 있는 방식은 전시를 단지 '보는 것'에서 '함께 사는 것'으로 바꿔주었다. 꽁꽁꽁 좀비, <엄마를 구출하라>, <슈퍼 거북> 등의 애니메이션은 각각의 스타일과 메시지를 간직한 채 깊은 몰입을 이끌어냈다.

또한, 그림책 도서관자석 붙이기, 그림자 만들기 체험존은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하며 전시의 흐름을 끊김 없이 이어주는 장치가 되었다. 일부 전시장에서는 직접 그림책 속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었는데, 귀여운 캐릭터들이 인형처럼 재현된 공간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웃으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전시 그 자체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다.

가족 관람 포인트 – 아이들과 함께한 따뜻한 하루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입장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포토존스탬프 투어 안내였다. 인기 그림책 <슈퍼 거북><슈퍼 토끼>를 테마로 한 포토존은 아이들이 직접 메달을 걸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주인공이 되어 책 속 세계를 걷는 듯했고, 부모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또한, 뮤지컬 쇼케이스는 전시의 또 다른 재미였다. “그림책이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인다”는 문구처럼, 실제 배우들이 책 속 캐릭터가 되어 등장하고, 아이들과 교감하며 짧은 공연을 펼쳤다. 하루에 세 차례(11:30, 13:00, 16:00) 진행되는 이 공연은 별도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해 여유롭게 즐기기 좋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전시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부모에게도 편안한 관람 환경이었다. ‘그림책 전시’라는 단어에서 생각하던 단조로움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어른들도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더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결론 – 그림책은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2025 그림책이 참 좋아’ 전시는 나에게 단순한 전시가 아니었다. 그것은 책과 미디어, 공연과 체험, 가족과 예술이 어우러진 따뜻한 경험이었다. 그림책은 더 이상 유아용 콘텐츠가 아니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마음의 안식처’이자, ‘상상력의 무한한 공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걷던 전시장, 책장을 넘기던 기억, 그리고 애니메이션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순간들. 그 모든 것이 한 권의 책처럼 내 마음속에 한 장면으로 남았다.

전시장을 나서며 나는 조용히 다짐했다. “책을 더 자주 펼쳐야겠다.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다시 봐야겠다.” 그림책은 단지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건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