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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순회전 전시: 가까이에서 마주한 우리 문화의 보물

by 서진(瑞鎭) 2025. 3. 18.

국보순회전

오래된 유리장 너머에서만 볼 수 있었던 국보들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2024년 “국보순회전: 모두의 곁으로” 전시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국보들을 직접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다. 이번 전시는 ‘시간을 담은 국보, 역사의 기록’, ‘예술의 절정, 장인의 손길’, ‘국보가 품은 이야기, 우리의 유산’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국보가 단순한 문화재를 넘어 우리의 정체성과 삶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공간 전체가 고요한 숭고함으로 가득했다. 유물 하나하나에 깃든 장인들의 손길과 역사의 흐름이 오롯이 전해지는 듯했다. 국보는 박물관 속 유리장 안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며, 우리의 삶과 연결되는 존재라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국보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1. 시간을 담은 국보, 역사의 기록

국보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역사의 기록이자 시대를 살아온 증거이다. 전시의 첫 번째 공간에서는 오랜 세월을 거쳐 우리 곁에 남은 국보들이 어떻게 역사를 증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훈민정음해례본(국보 제70호)이었다.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의 원리를 설명한 이 책은 한국어를 사용하는 모든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유리 케이스 안에 고이 놓인 해례본의 검은 글자들을 바라보는 순간,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진 언어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옆에는 고려시대의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 목판이 전시되어 있었다. 수많은 전란 속에서도 지켜진 이 목판은 단순한 종교적 가치를 넘어, 지식과 신념을 담은 기록이었다. 직접 눈으로 보니, 손으로 한 자 한 자 새겨 넣은 정교한 글자들이 마치 경건한 기도의 흔적처럼 다가왔다.

또한, 신라 시대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제126호)도 전시되어 있었다.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로, 오랜 세월을 견디고 남아 우리에게 도달한 이 종이는 단순한 불경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신앙과 지혜를 기록한 귀중한 유산이었다.

2. 예술의 절정, 장인의 손길

두 번째 전시 공간에서는 국보 속에 담긴 예술성과 장인들의 탁월한 기술을 조명했다. 국보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과 장인 정신을 담고 있는 예술 작품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고려청자의 대표작 중 하나인 청자 상감운학문 매병(국보 제68호)이었다. 은은한 비취색 유약 위로 구름과 학이 어우러진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도공들은 도자기에 단순히 문양을 그려 넣는 것이 아니라, 상감기법을 활용해 섬세하게 조각을 새기고 색을 입혔다.

그 옆에는 조선 시대의 회화 작품인 김홍도의 “풍속도”(국보 제139호)가 걸려 있었다. 김홍도가 그린 농촌의 모습은 생동감 넘치고 따뜻한 정서를 담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붓끝에서 살아 숨 쉬는 듯한 인물들의 표정과 세밀한 필선이 감탄을 자아냈다.

그리고 전시장의 한쪽에는 국보급 불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신라 시대의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제83호)을 마주하는 순간, 조용한 사색에 빠지게 되었다. 한쪽 다리를 다른 다리 위에 올리고 손가락으로 턱을 살짝 괸 이 미소는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이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전해주고 있었다.

3. 국보가 품은 이야기, 우리의 유산

전시의 마지막 공간에서는 국보가 단순한 문화재를 넘어, 우리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소중한 유산임을 강조했다.

벽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국보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입니다.”

이곳에는 국보를 보존하고 연구하는 과정이 영상과 패널로 소개되고 있었다. 유물을 정밀하게 복원하는 전문가들의 손길, 국보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노력들이 담긴 영상을 보며, 우리가 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또한, 한쪽에는 사람들이 직접 국보에 대한 감상을 적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 “국보가 멀게만 느껴졌는데, 오늘은 아주 가까이에서 만난 느낌입니다.”
  •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이렇게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되었어요.”
  • “다음 세대에게도 이 유산을 온전히 물려주고 싶어요.”

결론 – 국보는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쉰다

전시장을 나오며 나는 다시 한번 국보의 의미를 곱씹어 보았다. 국보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의 곁에 남아 있는 역사와 예술, 그리고 정신이었다.

  • 국보는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과거를 기록하고 전하는 존재이다.
  • 장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국보는 시간을 초월한 예술 작품이다.
  • 국보는 단순히 보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함께 호흡해야 할 유산이다.

이제 국보는 박물관 속 유리장 안이 아니라, 모두의 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국보를 지켜보고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채 전시장을 천천히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