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가을, 부산의 다대포해수욕장은 다시 예술로 물든다. ‘2025 부산 바다미술제’는 9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37일간, 자연과 현대미술이 만나는 거대한 축제를 선보인다. 이번 미술제는 다대포로의 복귀, 3인의 공동 감독 체제 도입, 야간 전시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 확대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다. 특히, 이전보다 훨씬 깊어진 주제의식과 체험 중심의 전시 구성으로 관람객들에게 한층 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다시 다대포로, 자연과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공간
2025 부산 바다미술제는 6년 만에 다대포해수욕장으로 돌아온다. 다대포는 기장 일광해수욕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곳은 광활하게 펼쳐진 백사장과 하늘, 그리고 바다가 하나가 되는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미술제는 이 특별한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여, 단순한 설치미술이 아닌, 자연과 예술이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현장을 만들 계획이다.
올해 미술제의 주제는 ‘바다가 지닌 다차원적 의미와 상징성’이다. 작품들은 바다를 단순한 경관이 아닌, 생명과 공존, 환경과 사회를 아우르는 존재로 바라본다. 30여 팀의 국내외 작가들이 다대포의 광활한 자연을 캔버스로 삼아 설치미술, 퍼포먼스,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형태로 바다와 소통한다.
특히 관람객들은 정해진 동선 없이 자유롭게 해변을 거닐며 작품과 만난다. 파도 소리, 바람, 모래의 감촉이 작품과 어우러져 관람객 스스로가 전시의 일부가 된다. 어떤 작품은 빛과 바람에 따라 형태를 바꾸고, 어떤 작품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며 살아 숨쉰다. 자연과 예술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얽히고 스며들어 하나의 거대한 예술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대포로의 복귀는 단순한 장소 이동이 아니다. 다대포가 지닌 자연성과 광활함을 통해 현대미술이 자연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미술제 전체의 방향성을 다시 세우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3인의 공동 감독 체제, 다층적 시선이 빚어낸 전시
이번 바다미술제는 사상 처음으로 3인의 공동 감독 체제를 도입했다. 김금화, 베르나 피나, 김사라, 이 세 명의 감독은 각기 다른 전문성과 시각을 가지고 바다를 해석한다. 그들의 다양한 배경은 미술제에 깊이와 다양성을 더한다.
김금화 감독은 생태와 예술을 결합하는 작업을 지속해온 인물이다. 그는 ‘혼종의 풍경: 갯벌’ 프로젝트를 통해 포스트 인류세 시대에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했다. 이번 바다미술제에서도 그는 생태학적 시선으로 바다를 읽어내며, 자연과 인간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작품에 담아낼 예정이다.
베르나 피나는 스위스 출신 큐레이터로, 과학과 예술, 지정학을 아우르는 전시 기획을 이어왔다. ‘리커넥팅.얼스’ 프로젝트를 통해 생명체와 자연의 새로운 관계를 탐구해온 그는, 이번 미술제에서도 환경 문제와 현대 사회의 복합적 관계를 예술로 풀어낼 계획이다.
김사라는 건축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주목받아왔다. ‘지금, 여기’ 프로젝트에서는 도시 공간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다루며 새로운 건축적 언어를 제시했다. 다대포라는 열린 공간 안에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방식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그의 작업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들 세 감독은 바다를 단순한 자연 풍경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과학과 예술이 교차하는 살아 있는 존재로 바라본다. 그들의 다층적인 시선은 이번 바다미술제를 단순한 조형물 전시가 아닌, 다양한 해석과 질문을 던지는 살아 있는 장으로 만들어낸다. 관람객들은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각자의 방식으로 바다와 예술을 해석하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야간 전시와 시민 참여, 일상이 예술이 되는 순간
2025 부산 바다미술제에서는 야간 전시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대폭 강화된다. 해가 진 뒤 다대포 해변은 예술로 다시 태어난다. 낮 동안 자연광 속에 놓여 있던 작품들은 LED 조명과 미디어 아트의 빛을 입고 몽환적인 풍경으로 변신한다. 바다 위에 반사되는 빛, 파도 소리와 어우러진 사운드 아트는 낮과는 전혀 다른 감성을 자아낸다.
야간 프로그램은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과거의 바다미술제를 참고하면,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품, 빛을 활용한 퍼포먼스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빛과 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작품들은 다대포의 광활한 공간을 활용해 거대한 미디어 캔버스를 만들어낼 것이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 해변 플로깅 이벤트, 작품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아트 프로젝트가 준비된다. 김금화 감독이 기획한 생태예술 워크숍은 특히 기대를 모은다. 플라스틱 쓰레기 등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아트를 제작하거나, 바다 생태계를 주제로 한 그림을 함께 그리는 프로그램은 예술과 환경 보호를 자연스럽게 연결짓는다.
이러한 참여형 프로그램들은 관람객을 단순한 구경꾼이 아닌, 예술의 주체로 끌어들인다. 예술을 체험하고, 환경 문제를 고민하며,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을 스스로 체득하게 만드는 것이다. 부산 바다미술제는 이처럼 예술을 특별한 공간에 가둬두지 않고, 우리의 일상과 삶으로 확장시키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결론: 바다와 예술, 그리고 다시 만나는 인간성
2025 부산 바다미술제는 단순히 대규모 야외 설치 전시가 아니다. 다대포라는 자연 공간을 배경으로, 생태, 과학, 건축,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살아 있는 무대다. 3인의 감독이 이끄는 다양한 시선과 실험 정신, 낮과 밤을 넘나드는 빛과 소리의 축제, 그리고 시민이 주체가 되어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들은 모두 이 축제를 특별하게 만든다.
이번 가을, 부산 다대포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은 바다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파도가 들려주는 소리,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 그리고 그 위에 세워진 예술 작품들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인간성과 자연,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만약 당신이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원한다면, 그리고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공간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2025 부산 바다미술제는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다.